‘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개입이고 정치질”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공수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사건관계인(이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팀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전날 오전 정부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하면서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소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변호인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 같은 공수처 발표에 한동훈 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날 경기 안성중앙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금 전에 공수처가 (이 대사) 조사 준비가 안 됐다는 얘길 했더라. 저는 잘못 본 줄 알았다”며 “선거 직전에 정치적 사안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하게 언론플레이 하는 것은, 이건 선거 개입이고 정치질이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공수처가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 시절 하급자였던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에 대한 수사를 마치지 않았음에도 수사를 재촉해왔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이 대사 출국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를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이 공문서를 행사했다는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이 대사 도피성 출국과 관련해 낸 입장문에 2개의 허위 사실이 담겼다”며 “하나는 대통령실이 공수처도 이 대사 출국을 허락했다고 했는데 공수처는 허락한 적 없다고 했다. 둘째는 대통령실이 ‘고발 내용을 검토해보니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공수처는 다른 기관이 고발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문서를 제출하거나 구두로 전달한 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원포인트뉴스= 나성훈 기자]